Bob Ross (1942~1995, 美) / 풍경화

밥 로스씨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생각난다. '어때요, 참 쉽죠?', '그림은 어렵지 않아요.'

 

이발소 그림처럼 / 조정

 

풀은 한 번도 초록빛인 적이 없다

새는 한 번도 노래를 한 적이 없다

해는 한 번도 타오른 적이 없다

치자꽃은 한 번도 치자나무에 꽃 핀 적이 없다

뒤통수에 수은이 드문드문 벗겨진

거울을 피해

나무들이 숨을 멈춘 채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지친 식탁이 내 늑골 안으로 몸을 구부렸다

밤이 지나가고

문 밖에 아침이 검은 추를 끌며 지나가고

빈 의자에 앉아

밖을 내다 보면

회색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잠에 들어 두 편의 꿈을 꾸었다

풀은 흐리고

새는 고요하고

해는 타오르지 않고

티베트 상인에게서 사온 테이블보를 들추고

식탁 아래 몸을 구부렸다

자꾸만 어디다 무엇을 흘리고 오는데

목록을 만들 수조차 없었다

허둥지둥 자동차를 타고 되짚어 가는 꿈은 유용하다

탱자나무 가시에 심장을 얹어두고

돌아온 날도

나는 엎드려 자며 하루를 보냈다

삶이 나를

이발소 그림처럼 지루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시집 <이발소 그림처럼> 실천문학사. 2007

 

조정 시인은 1956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2000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 Kiss The Rain, Yir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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